sweet holiday home

2010.06.27 02:50 from 마음을 쓰다


서호주 프리맨틀에 있을때 가끔 나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던 크리스탈이 남자친구 네이쓴과 함께 한국에 왔다.

남양주에서 영어 선생을 하고 있는 네이쓴의 쌍둥이 형제 덕에 매일 구리모텔과 남양주를 오가며 지내고 있다기에 지방선거 당일, 투표하러 온양에 가기 전 함께 가겠냐고 묻자 흔쾌히 따라온다. 

기차를 타고 한시간 반쯤 지나 도착한 온양(아산시)에서 제일 먼저 들른 곳은 곳은 나의 모교 온양초등학교, 투표하러 나온 시골 어르신들이 크리스탈을 보며 연신 예.쁘.다.고 하셨다. 하긴 그 한적한 시골에 출몰한 외국인이 얼마나 진풍경이었을까?
 
투표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외암리로 민속마을로 향했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멀리 논밭이 보이는 가운데 위치한 민속마을 안 초가와 돌담 사이를 거닐며 한국 고유의 멋을 보여줬다.   

채식주의자에 밀가루 알러지까지 있는 크리스탈을 위해 고심끝에 선정한 저녁메뉴는 녹두전과 도토리묵에 막걸리! 육류와 밀가루를 모두 피하고도, 맛 좋고 몸에도 좋은 고유한 한국음식을 나눌 수 있었다. 네이쓴과 나는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도 곁들였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겸 당림미술관에 들렀다 집에까지 한시간 가량을 걸어왔다.
 
다음날은 불교에 관심이 있다는 네이쓴을 데리고 집 앞 설화산의 작은 암자 오봉암에 올랐다. 스님은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는 큰절에 가지 왜 이곳에 왔냐면서도 친절하게 사찰을 소개해주셨다.  

마지막으로 맹사성고택도 찾았다. 이곳은 고려말부터 이어져온 개인 고택으로 맹씨행단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오래된 나무 그늘아래 그 운치가 더한 곳이다.
  
중요한 건 위의 모든 곳이 다 우리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 좀 많이 걸어야 하긴 하지만 :) 그러니까 나는 이 친구들에게 내가 살던 고향과 집을 보여준 것이다.

온양에서도 구온양이라고 불리는 촌구석에 위치한 나의 집은 할아버지때부터 살며 할머니가 시집오고 아빠가 태어나고 엄마가 시집와 우리 5남매를 낳아 기른 곳이다.  

처음엔 기와지붕에 넓은 대청마루가 있고 화장실과 부엌이 밖에 있던 옛날 집이었는데 이십년전쯤 대들보를 그대로 두고 개조를 했다. 그때는 동네에서 가장 먼저 현대식으로 개조한 집 중 하나였는데 이후 동네 건축양식은 개조가 아니라 지붕 대신 옥상형태로 건물을 통채 새로 짓는 것이 유행하면서 우리 집은 금새 구식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우리집과 마주하고 둘러쌓여 있던 이웃집들이 불나고 이사나가고 하는 동안 담이 무너지고 집 자체가 허물어지기도 하면서 결국은 우리집만 휑하니 남아있다.  

그러나 앞마당엔 텃밭 채소들이 가지런히 줄맞춰 있고 집안은 엄마 손길이 닿는 곳마다 정갈하게 단장되어 있다. 특히 사뇨의 그림들이 결려있고 딸들의 사진이 방마다 장식되어 제법 갤러리 같기도 하고 나한테는 더할 나위없이 아늑한 공간이다. 헌데 이 낯선 풍토에서 온 친구들의 눈에는 어찌 비춰졌을지 모를 일이다.

온양을 다녀온 다음날 크리스탈의 페이스북을 보니 거실, 욕조, 뒤란 등 우리집 구석구석이 담긴 사진이 주루룩 올려져 있다. 조금 당황한 채 사뇨를 불러 함께 사진들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네이쓴이 냉장고 옆에서 찍힌 사진, 살짝 숙였는데도 냉장고보다 머리 하나는 더 달고 있다.
  - 키가 얼마나 큰데?
  - 183이라던데?
  - 그럼 나도 이러고 다녔단 말이야?
사뇨 키는 185다. -_-;;

내게 익숙한 장소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한국에서 뭐가 가장 좋았냐고 물을 때마다 온양이라고 행정명과 다른 지명을 대며 스윗홀리데이홈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는 녀석들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울도 담도 없는 우리집, 언제라도 놀러오시길!


<몇해전 찍은 우리집 사진 몇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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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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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고래배 2010.06.30 12:45 신고

    나도 놀러가고 싶다 흐흐

  2. addr | edit/del | reply 샨티퀸 2010.06.30 14:12 신고

    아다시피 오픈하우스! 빨리 여행다니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