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흐베를 금세 비우고 안네에게 커피 점을 쳐달라고 했다. 터키에서는 커피를 마시고 남은 커피가루 모양을 보며 운세를 점친다. 안네는 내가 마신 커피 잔을 컵받침에 대고 뒤집은 뒤 커피잔과 컵받침에 남은 커피가루 모양을 살피며 점괘를 읽어줬다.


“네 앞에 많은 길이 있어.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너를 반기며 안아줄 거야. 네 주위에는 언제나 좋은 사람들로 가득해. 여행이 끝나면 다시 널 기다리는 사람들 품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알고 있다. 단순히 점괘를 읽은 것이 아니라 안네의 마음을 담은 축복의 메시지라는 것을.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카파도키아로 떠나기로 했다. 출근길 작별 인사를 나눴던 귤센이 점심시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국회 출입 일정이 생겨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아침에 힘겹게 석별의 정을 나눴지만 우리는 또 다시 끌어안고 양 볼에 키스하고, 다음에 꼭 만나자며 인사를 나눴다. 나는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입고 있던 꽃무늬 집시치마를 벗어주었다. 귤센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언젠가 홍대 ‘이심’ 카페에서 보았던 글귀가 떠올랐다. ‘누군가 커피를 대접하면, 그 커다란 선물에 대해 40년 동안 존경하고 경외하며 기억해야 한다.’는 터키 속담이었다. 그 속담이 아니더라도 안네가 정성스레 달여 준 커피와 축복의 기도, 그리고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다. 평생토록 기억하고 간직할게요.

테쉬퀘레 에데렘 안네(감사합니다 엄마)!


<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 안네의 커피 中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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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김포처자 2015.02.22 12:19 신고

    상화의 글이 일요일을 시작하는데 힘을 준다!!! 멋지고 사랑스런 내친구. 너무 잘 살고 있어~~

    • addr | edit/del 샨티퀸 2015.02.22 13:20 신고

      원조히피 김포처자가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저도 힘이 불끈! 아버지와 함께 한 라오스 여행기도 풀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