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에 도착하자마자 무언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 이 야생의 섬을 헤집고 다녔다. 크레타는 정말 빠져나오기 힘든 마력의 땅이었다.

 

 

이튿날 숙소가 있는 플라키아로 들어가려다 말고, 지도를 살폈다. 왠지 한번 들어가면 쉽게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에서였다. 레팀논에서 플라키아로 가는 막차 시간만 확인해 놓고, 어젯밤 도착했던 이라클리온으로 되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이라클레온에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크노소스 궁과 니코스 카잔차키스 무덤.

 


크노소스 궁은 유럽 문명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크레타 문명의 고대 왕궁이다.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유럽인들 사이에서 크노소스 궁에 얽힌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며 유적지를 천천히 거닐다, 시내버스를 타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무덤을 찾아 나섰다. 인적 없는 언덕 위에서 나무 십자가 아래,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고 새겨진 글을 대조해 보고서야 그의 무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벅찬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서둘러 움직여 플라카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겨우 탔다. 협곡과 산자락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플라키아 해변에 이르러서야 목적지에 다다랐다. 호스텔 마당에 들어서자, 나무 그늘 아래 해먹에 누워있던 여행자들이 환영 인사를 건네왔다. 드디어 여행자들의 집,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도착했구나, 안도감이 밀려왔다.


"가이드북은 없었지만, '사람이라면 약간의 광기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감히 자신을 묶은 로프를 잘라내어 자유로워질 엄두를 내지 못해요'라고 말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가이드 삼아 머물렀던 크레타. 한번 이 땅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은 미궁에서 살아 돌아온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처럼 실타래를 하나씩 준비해 두거나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테니!"


<산토리니, 주인공은 너야> 첫날부터 노숙하게 된 사연 中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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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Gyugeun Lim 2015.04.21 13:12 신고

    유구한 역사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현재도 - 잠자는 것 계속이겠지요.
    그대는 ...
    아무튼 재미나게 읽습니다.

    • addr | edit/del 샨티퀸 2015.04.21 19:26 신고

      크레타는 거칠고 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대 밖의 큰 즐거움이었지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