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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란서의 아르튀르 랭보 시인은 영국의 런던에서 짤막한 신문광고를 냈다
누가 나를 남쪽 나라로 데려가지 않겠는가.
어떤 선장이 이것을 보고 쾌히 상선에 실어 남쪽나라로 실어주었다         
                                                  
                                                     - 천상병의 시, 내집 中에서 -


인도는 워낙 땅덩어리가 큰 나라여서 한번 이동할라치면,
10시간은 기본, 길게는 40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나는 이 이동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특히 이층으로 된 슬리퍼 칸에 누워있으면,
다음날 아침 새로운 장소에 실어다 주는 버스여행은 환상적이다.
물론 더러운 시트는 기본이고, 엉덩이 까고 오픈 토일렛도 해야 하고,
밤새 덜컹거림 속에 공중부양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버스를 타면 어김없이 팻매스니를 듣는다.
풍경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보다 멋진 쇼는 없을 것이다.
달빛 아래 나무가 지나가고 마을이 지나가고, 버스가 방향을 틀때마다 신천지가 펼쳐진다.
한번 시선을 둔 곳에 오래동안 머물러 주는 별들이 지친 여행객 머리 위로 밤새 쏟아진다.

지나간 모든 기억이 되살아난다.
슬픔, 그리움, 상실감 같은 것이 한꺼번에 몰려와 울음보를 터트린다.
보고싶은 얼굴들을 떠올리며 가슴속으로 안부를 묻는다.

‘관’처럼 겨우 몸을 뉘일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오롯이 내가 살아나는 것이다.
1평 조금 넘는 고시원 침대 위에 누워있을 때처럼 말이다.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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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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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08.06.18 22:23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6.19 00:14 신고

      고마워. 너의 한마디 한마디는 참 특별하니까, 나한테. 글구 기특한 생각을 했네. 호호호

  2. addr | edit/del | reply JUYONG PAPA 2008.06.18 23:46 신고

    레디오빠님 블로그에서 댓글타고 놀러왔습니다.
    인도여행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을 하실려면 일기는 필수시겠어요.
    글을 읽으면서 인도라는 나라를 조금씩 느끼고 갑니다.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6.19 00:16 신고

      더불어 한길님, 감사합니다. 사실 여행기를 정리하려다 보니 당시에 썼던 일기만큼 생동감있는 기록이 없더라구요. 일기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단지 제 주관과 경험일뿐인데 인도라는 나라를 조금씩 느끼셨다니,영광입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chapi 2008.06.19 01:25 신고

    마지막 사진의 울트라마린같은 블루가 참 맘을 흔든다.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6.19 01:38 신고

      그쵸? 그게 울트라 마린인가요? 밤은 그냥 까맣지만은 않더라구요.

  4. addr | edit/del | reply 용감한티카 2008.06.23 18:20 신고

    사진이 몽환적인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