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는 도나우의 진주라고 불린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주처럼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다. 부다페스트는 수도임에도 어딘지 모르게 소박함이 흐른다. EU에 속해 있지만 유러피언이라고 불리기보다는 헝가리안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아시아 기마민족의 후예이며 언어의 뿌리도 다르다며 유럽과 살짝 거리를 두려는 아시안 특유의 수줍음마저 내비친다.  

 

듣던 대로 부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황홀했고, 온천의 효험은 나를 온천예찬론자로 만들었다. 궁전 같은 세체니 온천과 진짜 왕가 소유였던 키랄리 온천을 다녀오고 난 뒤 크라쿠프에서 물린 빈대자국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온천이야기 http://flowerparty.tistory.com/161)



 

중앙광장으로 나가 하루는 시티투어, 하루는 온천투어, 하루는 코뮤니즘 투어, 하루는 유대지구 투어... 매일 같이 프리워킹투어를 따라다녔더니 날짜가 가는 줄도 몰랐다. 부다페스트는 '대단한 이야기꾼'이었다여행 중 페이스북에 사진 몇 장과 함께 “The Budapest is a great storyteller. I've only done the baths, communist, Jewish, and ruin-pubs. Sure there are endless story!”라고 남겼다. 그러자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멋지다. 그러나 부다페스트 풍경은 그림일 뿐 예쁜 그림만 보려고 하지 마


그의 말이 맞다. 예쁜 그림 같은 이곳의 굴곡진 역사는 오늘도 진행형이다.

 

응응부다페스트에서 젤 먼저 본 건 노숙자들현지인이 말하는 월 평균소득은 500유로그럼에도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그들이 역사를 긍정하며 얼마나 소박하게 일상을 향유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어이곳 역시 과거 유대지구는 가장 핫한 곳이 되었고 세대별 코뮤니즘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해동구권 여행이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워!”


나도 답글을 남겼다. 



 

크라쿠프와 부다페스트에서 접한 동유럽의 코뮤니즘과 유대지구 투어가 인상적이었다고 하자호스텔 스탭으로 일하는 비앙카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앙카 엄마는 히피였단다젊어서 라디오를 몰래 숨어 들으며 팝송을 따라 불렀다는 비앙카 엄마는 취향이 통제된 공산주의 시절보다 자유가 보장된 지금을 훨씬 더 좋아한다고 했다그러나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공산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단다무엇보다 베트남중국러시아동구권을 적은 비용으로 마음대로 여행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단다.


코뮤니스트 투어에 앞서 가이드는 말했다공산주의 정치실험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면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어보면 되고그 정치실험이 어떻게 막을 내렸는지 보려면 <1984>를 읽어보라고물론 <1984>를 읽고는 이 책이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는건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대 통제시스템을 폭로하고 있는건지 혼돈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매일 밤 세체니 다리 근처까지 걸어와 도나우 강과 함께 흐르는 야경을 가슴에 담았다.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다시 루인펍(Ruinpubs.com)을 찾아 유대지구로 향했다.


루인펍은 2001년 심플라Szimpla Kert를 시작으로 낡은 빌딩에 제멋대로 만들어진 저렴한 펍을 말한다. 2차대전 후 폐허가 된 유대지구를 주머니 사정이 뻔한 젊은들이 놀이터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부다페스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루인펍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어느새 부다페스트의 명물이 되었다. 크라쿠프 유대지구와 마찬가지로 유대인 게토가 가장 핫한 지역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마당에 자동차가 있고 천장에 동물들이 뛰어노는 부조화의 극치가 만들어낸 즐거움이라니, 제자리를 잃은 물건들의 놀이터 속에서 나도 잠시 이탈의 자유를 만끽한다.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심플라에서는 여전히 주민들을 위한 파머스 마켓이 열리고 노숙자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고 노인들에게 할인을 해 주는 로컬들의 동네 술집이기도 하단다.







루인펍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이스탄불 갈라타타워 아래에서 만났던 오스트리아 커플에게서였다헝가리 출신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여자는 나에게 야경도 온천도 아닌 부다페스트의 루인펍을 가장 먼저 자랑했다. 


나중에 내가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소식을 듣고 그녀가 보내온 메시지.   


"You have to visit the ruinpubs. Our special favorite are kis csendes, grandio and of course szimpla."

 

코뮤니스트와 유대지구 프리워킹투어의 종착지 역시 루인펍이었다. 각각 인스턴트Instant와 심플라Szimpla. 

너무 많은 루인펍 중 고르기가 어렵다면 이중 하나를 선택해도 좋겠다.

 

그래도 마무리는 부다페스트 야경 사진으로^^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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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lainy 2016.01.14 23:44 신고

    몇 년전 부다페스트 여행할 땐..너무 짧게만 머물러서..그 매력을 미처 다 체험하지 못했지요..
    다시 간다면 정말 제대로 느낄 자신이 있는데 기약없네요 ㅎㅎ

    • addr | edit/del 샨티퀸 2016.01.15 00:28 신고

      lainy님의 브런치글 잘 봤습니다. lainy님의 부다페스트는 상남자의 도시였다니, 너무 재밌네요. 이렇게 모두의 느낌이 다르다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맥도널드가 동구권에 처음으로 생긴 맥도널드였다고 하네요. 저도 부다페스트에서 건축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파라다이스블로그 2016.01.15 10:17 신고

    신기하네요. 글을 읽고 봐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몰라도 정말 유럽에다가 아시아의 느낌을 두 세 방울 정도 탄 듯한 느낌이에요... 멋집니다. 특히 루인펍은 정말 인상깊네요. 전쟁 후 폐허가 된 곳 위에 저렇게 멋진 공간이 만들어지다니, 놀라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전쟁의 잔해를 아직까지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아린 곳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 addr | edit/del 샨티퀸 2016.01.15 18:18 신고

      유럽에다 아시아의 느낌을 두세방을 탄 느낌이라니, 표현이 재밌네요! 부다페스트는 누구든지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여행지인 것 같아요.

  3. addr | edit/del | reply 워크뷰 2016.01.16 00:51 신고

    야경이 멋집니다^^

    • addr | edit/del 샨티퀸 2016.01.17 13:44 신고

      맞아요. 결국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건 야경인것 같아요.^^

  4. addr | edit/del | reply Capt.Kwon 2016.01.19 16:17 신고

    와, 작가셔서 그런지 글이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 듭니다.
    전 심플라는 가봤지만 그곳이 루인펍이며 그런 사연이 있는줄은 전혀 몰랐었습니다.
    동네 사랑방인줄도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addr | edit/del 샨티퀸 2016.01.24 14:45 신고

      저는 캡틴권님 여행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요. 이렇게 추운 날에는 부다페스트 온천이 그립네요. 온천 후 심플라에서 맥주 한잔이면 더 바랄게 없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