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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문제로 나무를 빼앗긴 여성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는 영화 <레몬트리>는 팔레스타인 자치구역과 이스라엘의 경계지역인 서안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레몬농장을 가꾸며 혼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살마의 이웃으로 이스라엘 국방장관 부부가 이사오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레몬을 따고 있던 살마가 경비원들의 눈에 들어오자 무전기에는 “관저 주변에 아랍인이 보인다”는 경보 메시지가 뜨고, 집으로 돌아가는 살마를 보고 “상황 종료”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황당한 상황처럼, ‘직접적이고 절대적인 안보’의 눈에는 한낱 레몬농장이 위협을 가하는 ‘제거의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방장관 부부의 안전을 위해 레몬농장을 없애겠다는 군당국의 통보에 살마는 부모때부터 이어온 농장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송사를 벌인다. 

이런 큰 대립 속에 영화는 다양한 갈등과 연대를 선보이며 전개된다. 특히 살마와 변호사 지아드와 관계와 장관 부인 미라가 겪는 내적 갈등을 통해, 영화는 정작 그녀들이 속한 사회가 개인의 의사결정에 어떤 폭력을 가하는지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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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지아드와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살마의 남편친구는 죽은 남편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는 그게 부인이라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떠난다. 살마의 집 거실에는 죽은 남편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그녀의 이름은 미망인, 그녀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죽은 남편이다.

선망의 대상처럼 보이는 이스라엘 장관 부인 미라가 겪는 갈등은 더욱 복잡하다.
그녀는 가치관이 달라도 남편의 사회적 위신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는 죽여야 한다. 기자 친구를 초대하고, 주요 인사들의 식습관까지 고려해 훌륭한 파티를 선보이면 그녀의 역할은 족한 것이다.

그녀가 잃은 것은 자신의 목소리 뿐 만이 아니다. 그녀는 아내로서의 자리도 내줘야 한다.  아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장관과 보내는 여자 핵심참모는 아내가 만져준 넥타이를 다시 고쳐주기까지 한다. 친구 앞에 속내를 털어놓은 인터뷰 기사가 장관을 곤혹스럽게 하자 장관은 언론사에 아내의 서명이 담긴 항의서한을 준비한다. 이 대목에서 여자 참모의 모습을 담는 카메라의 표정은 압권이다. 정작 장관에게는 “커피 한잔 드릴까요?”하는 멍청한 입이 아내를 향해서는 “멍청한 년!”이라는 혼자 말을 쏟아낸다. 실제로 여성을 동등한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남자 권력자들 주위에는 이렇게 천박함을 무기로 한 권력지향적인 여자들만이 득세한다.

재판이 종료됨과 함께 개인의 갈등도 조용히 봉합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떠난 아내의 자리에서 혼자 관저에 남아 분리장벽으로 가로막힌 창밖을 바라보는 장관의 시선과 잘린 일부 레몬농장을 둘러보는 살마의 모습을 담은 마지막 장면은 그 땅이 여전히 다른 문제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성과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 긴 여운을 남긴다.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1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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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니동생 2008.07.16 23:43 신고

    이거 평 좋아서 볼라고 햇더니 아무데서나 안하드라 ㅋㅋ

  2. addr | edit/del | reply chapi 2008.07.17 14:45 신고

    이런 영화도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왔음 좋겠다.
    그옛날 김천에서 서울로 영화를 보러다니던 열정이 생각난다.

  3. addr | edit/del | reply 소피 2008.08.07 03:18 신고

    전 이거 보려고 한게 언젠데 요즘 괜히 바빠서~ 못움직였어요. 아직도 씨네큐브에서 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여기고~ 내주에는 꼭 보려구요. 그래서 내용은 읽지 않았어요^^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8.07 22:43 신고

      호호호. 아 웃겨요. 감동의 최대 적은 아마 스포일러가 맞을거예요. :)

  4. addr | edit/del | reply angcho 2008.08.18 02:38 신고

    그래서 결혼 안할끄야? 이히히. 나는 소개팅남과 처음 만난 날, 당췌 할 말이 없어서 이거 보구 영원히 빠빠이-하는 센스. 여튼 영화가 좋았으니 그를 만난 시간도 아깝지 않았구-ㅋ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8.22 23:36 신고

      응응 결혼은 안할거야. 내 일기장 봤지? 언제나 대미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로 귀결되는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