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08 / 마루노우치 일대

당초 하코네를 여행하기로 되어 있던 날, 7시 모닝콜이 울렸으나,
눈을 뜬 시간은 9시가 가까웠고, 창밖을 보니 한번쯤 맛보고 싶다던 비내리는 도쿄의 아침이었다.

긴급제안, 일정수정!
하코네는 다음날로 미루고 고쿄, 국회의사당 일대 방문을 위해 마루노우치 일정을 떠났다.

JR도쿄역에서 고쿄로 이어지는 마루노우치 일대의 세련되고 깔끔한 비지니스 빌딩들이 인상적이었다.
도쿄의 거리는 정말 깨끗했다,
일본 일왕이 기거하는 고쿄, 비가 내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와 함께 촉촉하게 가지를 늘어트린 버드나무가 장관을 이뤘다.
나는 알고 있다, 어제와 같은 뙤약볕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운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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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맞은 편으로 늘어선 회화나무,
하루 일과를 마치고 국회를 빠져나와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 있는데,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어우러진 산은캐피탈 사잇길이다.

지난 2003년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몸에 탈이 나 조퇴를 하고 입원을 한 적이 있었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고, 나는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아픈 몸을 이끌고 여의도를 벗어나는 길에 만난 초록은 생명력으로 넘쳐났다.
괜찮다, 괜찮다, 위로하는 것 같은,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어김없이 이 길을 지나 퇴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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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년이 흘렀는데, 며칠전에서야 나무에 걸려있는 네임택을 발견하고 이 나무가 회화나무(Japaness pagoda tree)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영문표기 덕분에 일본여행 중 은근히 회화나무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버드나무 맞은편으로 늘어선 회화나무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림자처럼 노오란 꽃가루를 소복히 쌓아두고 정녕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더냐, 감동이었다.

고쿄일대를 둘러보고 야스쿠니도리의 고서적가 간다를 찾았다.
2005년에 꼽은 최고의 영화 <까페 뤼미에르>를 떠올리며, 어디엔가 하지메가 있을 것만 같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잡지 전문 서적에서 바나나 그림 소설도 만나고, 스모키 화장을 한 오다기리죠 사진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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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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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chapi 2008.07.29 00:57 신고

    오다기리죠의 사진은 뭐 안봐도 상상이 가오.
    무엇을 입어도 뭘 해도 화보지...

  2. addr | edit/del | reply 소피 2008.07.30 02:00 신고

    칸다에 가셨군요. 저역시 책을 좋아해서 칸다에 가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아키하바라에서 오차노미즈, 칸다까지 걸어다니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했네요. 몇년후쯤 도쿄에 가 살게되면(계획대로라면) 아마도 자주 가는 지역이 칸다가 아닐까 생각되어져요. 이상하게 책은 헌책이 더 정이 가더라구요. /오다기리죠~ 지저분한 모습도 너무 멋져요.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7.30 14:06 신고

      저도 이때 얼마나 걸었나 몰라요. 나중에 일본 현지인이 보고 우리가 걸은 거리를 지도상에서 보고 "언크레더블"을 연발했었다는 ^^ 오다기리죠와 아사노타다노부의 나라, ㅎ

  3. addr | edit/del | reply 룰라 2008.08.07 23:20 신고

    모야... 인도사진만 올린 줄 알았더만... 나 그때 싸이에 올린 사진 빼고는 다 분실했어. 1/3도 못 올린 것 같은데... 흑흑...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8.08 23:35 신고

      내가 찍은건 잘 간직하고 있으니까, 원할때 언제든지 줄께. 난 하코네에서 우리가 피키피키 하고 놀때가 가장 그리워.

  4. addr | edit/del | reply 2018.02.28 23:57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