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2.05 / 협이가 떠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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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인도와 자기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던 협이는 두달로는 너무 짧다며 '다음'이라는 말을 자주 꺼낸다.

“왜 또 오게?” 
“다른 곳 갈 필요가 없잖아. 여기에 모든 게 다 있는데. 어느나라 친구든 여기서 다 만날 수 있고”

만족스럽다는 얘기다. 다행이다.

가기 전에 마지막 선물이라며 협이가 꺼내든 것은 헤나였다. 오른손에는 신 모양을 하나 그려주고, 왼손에는 내 캐릭터를 그린다. 매일 같은 옷차림의 내 모습을 잘도 담아냈다. 너무 예뻐서 좋아 죽으려고 하는데 그 옆에 뭔가를 하나 더 그린다.

꽃문양 같은 걸로 마무리를 하려나 하고 있는데, 그곳에 그려 넣은 것은 작은 사람 하나. 나를 향해 협이가 손을 흔들며 서 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왜 울어 바보야”
하며 눈시울과 코끝이 붉어진 협이를 보니 내 동생 맞구나, 싶다.

우린 언제나 한명이 울면 다섯명이 쪼르르 앉아 울곤 했으니까, 그래서 아무도 못 건드렸으니까.

열심히 힌디를 배우던 협이는 ‘도와주세요’의 힌디어인 '마닷까로' 등 몇 마디 힌디를 내 노트에 적어놓고 떠났다.
협이가 무사히 돌아가면 그것으로 내 여행 절반의 성공이다.

여행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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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이가 내 손바닥 위에 그려준 헤나 변천사>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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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JUYONG PAPA 2008.08.01 15:48 신고

    처음에 메인사진이 뜨고 깜짝놀랐네요..손바닥에...ㅋㅋ
    전에 tv에서 저거 문신하느거 봤는데..
    인도에서는 유행인가요? 무슨 의미가 있나요?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8.01 17:53 신고

      문신하고 다른 점은 이건 2-3주면 지워져요, 인도에서 헤나는 건강과 행운의 상징이래요. 그래서 결혼식때 보면 신부의 팔에서부터 손등까지 화려하게 인도 전통문양으로 수놓은 헤나장식을 볼 수 있답니다. 더위를 식혀준다고도 하더라구요. 저는 남동생이 가끔씩 이렇게 손에 그려주곤 했답니다 ^^

  2. addr | edit/del | reply 소피 2008.08.01 16:25 신고

    산타퀸님 해맑은 웃음 너무 이뻐요. 인도의 풍경하고도 잘어울리고^^ 와우. 헤나 너무 예뻐요. 저도 저도~-_- 막 해주세요 하고 덤비고 있네요.(모니터 부여잡고 ㅎ)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8.01 17:56 신고

      잘 보세요. 저게 웃는게 아니고요. 손바닥 뒤로 눈물이 그렁그렁하답니다. 저 순간이 눈물 왈칵, 하던 순간이어서. 얼굴도 빨갛게 상기되고. 많은 여행객들이 인도인들에게 손을 내맡기고 전통양식으로 헤나를 하곤 하는데요. 저는 튜브에 들은 헤나를 사서 저렇게 맘대로 그려넣었지요^^

  3. addr | edit/del | reply chapi 2008.08.02 21:55 신고

    우리 형제는 이미 다들 결혼해서 이런 여행은 불가능한데 너무 부럽다.

    담에 늙어서 가면 또 다른 재미가 있겠죠?
    오늘 석굴암과 감포바다구경으로 나의 어깨는 아프나 시원한 바다물과 뜨거운 조약돌들은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다.
    우리 아들 빨리 키우고 여행을 가자.

    • addr | edit/del 샨티퀸 2008.08.07 22:40 신고

      나 감포에 못 가봤어요. 전에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보고 젤 가보고 싶었던 곳이 감포였는데, 언제나 경주에 가고도 못가고 돌아왔어요. 그리고 간만에 늘 가고 싶었으나 못 갔던 곳 광릉수목원을 어제 다녀왔지요 :)

  4. addr | edit/del | reply 소피 2008.08.07 03:09 신고

    아, 튜브에 들어있는 거 이용해서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거네요. 저도 기회되면 해봐야겠어요~ 눈물이 그랑그랑한 모습이 저렇게 맑다니, 산타퀸님은 해맑은 분이심이 틀림없는 듯 해요^^

  5. addr | edit/del | reply 룰라 2008.08.07 23:27 신고

    진짜 눈물이 가득하네. ㅠㅠ

  6. addr | edit/del | reply 샨티퀸 2008.08.22 23:41 신고

    커다란 얼굴사진에 놀라실까봐, 사진 선정과 배열을 좀 바꿔봤습니다. 스킨 개편 기념으로 ^^

  7. addr | edit/del | reply 허지 2009.05.11 11:38 신고

    언니 저 바라나시 지은이에요 ! 이렇게 찾게될줄이야 정말신기해요ㅋㅋ
    세은언니 블로그 글에서 댓글 보고, 저랑 소연이를 봤다길래 누굴까 했는데
    악 언니 잘지내세요?ㅋ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05.12 00:05 신고

      그러게 바라나시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의 추억이 한데 엉켜 있는 듯! 잘 지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