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넉달동안 내가 체류한 곳은 서호주의 프리맨틀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호주를 맛볼수 있는 곳이 서호주라고 하고, 그중에서도 프리맨틀을 서호주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이유를 프리맨틀을 막 벗어난 이제서야 알 것만 같다. 

건물의 70%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프리맨틀은 19세기 항구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고풍스러운 항구도시이다. 주말로 들어서는 금요일이 되면 프리맨틀은 활기를 뛰며 그 진면목을 발휘한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려면 라이센스가 필요한데 프리맨틀은 이것도 요구하지 않을 만큼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낭만적인 도시이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골목골목마다 악사들의 즉흥 연주가 발걸음을 흥겹게 한다.

금요일 프리맨틀의 열기는 프리맨틀 마켓에서 시작된다. 금요일부터 주말에만 오픈하는 프리맨틀 마켓은 1897년부터 그 맥을 이어온 전통 재래시장이다.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들의 악기 디저리두, 부메랑부터 비누로 깍아만든 조각케잌 같은 아이디어 상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념품과 소품만 가득한 전시공간으로 생각한다면 오산! 신선한 해산물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형형색색 과일과 야채들을 도매가에 살수 있는 살아있는 장터이다. 마켓 안에 작은 펍과 카페 심지어는 마사지 숍까지 있으니 정말 없는게 없다.
 

프리맨틀 마켓 문이 열리면, 마켓 앞 광장에서도 거리공연이 시작된다. 프리맨틀의 대표 문화인만큼 몇 개의 전담팀들이 매주 돌아가며 공연을 한다. 스코트랜드 백파이프 연주 하나로 관중을 사로잡은 아저씨, 지나가는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는 입담도 보통이 아니다. 부모가 쥐어준 동전을 들고 움직이는 동전통을 쫒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트랜스 음악을 믹싱해가며 디저리두와 타악기 등을 연주하는 또 다른 공연팀 주위에는 히피차림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몸을 흔들어댄다. 도심 한복판의 트랜스 뮤직은 인도 고아의 댄스파티를 연상시키며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거리공연이 펼쳐지는 광장을 사이에 두고 프리맨틀의 또다른 랜드크가 마주하고 있다. 1884년 호텔 건물을 개조한 프리맨틀의 대표적인 펍 세일 앵커(sail & anchor)이다. 선보이는 맥주도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18세기 영국의 동인도회사 상인들에게 사랑받던 인디언 패일 애일(Indian pale ale)이 대표적인데 맛도 가장 좋다. 흑맥주를 즐긴다면 브래스 멍키 스타우트(Brass monkey stout)를 추천, 거품과 함께 들이키는 첫모금이 환상적이다.  넓은 창문과 베란다를 타고 들어온 시원한 바람이 높은 천장 아래 오랫동안 머문다. 2층 베란다에 서서 거리공연을 보거나 맞은편 카푸치노 거리를 볼 수도 있다.

맥주 뿐 아니라 커피도 유명하다. 세일 앵커 건물 맞은 편으로 나란히 줄지어진 유럽풍의 카페 거리는 카푸치노 스트립이라는 고유한 이름으로 불린다. 자신있게 수제커피 한잔을 내놓는 카푸치노 스트립에서는 그 흔한 스타벅스도 찾기 어렵다. 아이스크림을 퐁당 뛰운 아이스 커피 한잔의 달콤함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카푸치노 거리에서 걸어 5분이면 해변에 닿는다. 피쉬앤칩스 유명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 피싱 보트 하버이다. 라운드하우스에 오르면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짧은 동선 안에 오감을 만족시킨다. 

오늘도 프리맨틀은 한창 축제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생맥주 한잔과 카푸치노 한잔, 종이에 싸 준 피쉬앤칩스를 들고 해변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곤 하던 프리맨틀의 일상이 몹시 그리워지는 금요일 오후이다.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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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chapi 2009.04.15 01:10 신고

    솔직히 드립커피나 수제커피에 맛을 드리면 그냥 내린 스타벅스커피는 식상하고 말고...
    난 요즘 라떼도 잘 마시지 않고 오로지 드립.
    뭐 가끔 신랑을 졸라 라떼도 마시고 모카포트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만드는 정성이나
    향이나 역시 드립이라는...
    요즘 동물의 세계에서 호주가 많이 나왔는데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자연과 잘 어울어져 사는곳 같은데
    오면 듣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04.16 14:17 신고

      역시 채피는 예리해.

      맞아 호주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과의 공존!
      자연이 허락한 곳에서만 사는 지혜랄까, 환경적책이나 원주민 보호정책(이건 물론 최근에 일어난 각성일테지만!)이 엄청 잘 되어있는 거 같애.

      그렇지만 역사가 짧은 만큼 문화도 깊지를 못해. 굉장히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사회지만 좀 멋이 없지. 그래서 나는 호주를 안 좋아해.

      나는 요즘 아침에 아메리카노, 저녁에 라떼 한잔!
      이제 커피 만들때 손맛까지 즐길 정도라우.

  2. addr | edit/del | reply uni 2009.09.29 20:26 신고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제가 사실 많이 모르고 살죠 ...)
    꼭 가봐야겠네요. 언젠가 프리맨틀에 가면 열로 달려와 또 인사할게요 크크
    여긴 정말,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좋은데,
    호주만의 문화가 너무 멀티컬쳐,라 그 진중함을 찾기가 힘들어요
    깊이의 문젠거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자꾸 또 전 따른데를 기웃거립니다. 여기서도 또 .. .....
    ^^


    BUT 프리맨틀. 접수. :)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09.30 00:55 신고

      서호주 퍼스 옆에 작은 항구 마을이요. 예술과 문화 역사가 짧고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사회 그런 의미에서는 호주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도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는 그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