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말레이시아를 넘어가는 국경에서 만난 한 독일 여행자가 나에게 태국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왔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치앙마이"라고 답하자, 그녀는 놀라며 자기가 물어본 모든 여행자들이 치앙마이를 꼽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치앙마이는 트레킹을 위해 찾는 단기 여행자부터 몇 달씩 현지인들과 어울려 체류하는 장기여행자들에게까지 두루 사랑받는 태국북부의 대표 관광도시이다.

치앙마이의 하이라이트를 하나 꼽으라면, 이번에도 주저 없이 "선데이마켓"을 꼽겠다.

선데이마켓은 매주 일요일마다 차량이 통제되는 타패 게이트(Thapae Gate)에서부터 왓프라씽 템플까지 치앙마이 성을 관통하는 랏차담넌(Ratchadamnoen)길을 따라 이어지는 야시장이다. 이 길을 워킹스트릿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웬만한 재래시장까지 중국산 공산품이 진을 치는 가운데, 장인들이 직접 만든 태국북부 고유양식의 수공예품이 가득한 선데이마켓이 지니는 가치는 더욱 특별하다.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을 처음 둘러보던 날의 신선한 충격과 감동은 잊혀지지 않는다.
"진짜다! 진짜가 왔다!" 줄곧 입 밖으로 탄성처럼 터져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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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마켓에는 독특한 문양과 색깔로 장식된 전통 수공예품뿐만 아니라 모던한 팬시품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장식된 치앙마이의 게스트하우스나 레스토랑의 센스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길 위에는 유화, 사진 등의 갤러리도 들어서고, 전통 악기를 든 길거리 공연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모든 것이 예술 작품 같아 사진 찍기가 미안해진다. 그래도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면 웃음을 건네주는 상인들이 고맙다. (유의! 일부 수공예품들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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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파는 사람의 입장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높은 산지대에 사는 고산족 아줌마들이 주중에 만들었던 물건들을 싣고 이웃들과 차를 나눠 타고 내려오는 모습, 치앙마이 등지에 사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그림, 사진 작품 등을 들고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연상되곤 한다. 실제로 빠이에서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랏도, 문무앙 쏘이 6에서 품 갤러리를 운영하는 맘씨 좋은 품도 이 거리에서 다시 만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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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선데이마켓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데, 바로 길거리 음식이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선데이마켓 사이에 위치한 5개의 템플 안에서 음식을 팔고 사먹는 사람들로 붐비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 시간이면 템플은 종교의식을 행하는 사원을 넘어, 공부하듯 찾는 유적지를 넘어, 현지인들의 생활이 묻어나는 잔치 마당으로 재탄생된다. 여행을 하다보면 오래된 도시나 유적지에서 그 장소가 ‘지금 여기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감동이 밀려올 때가 있는데, 바로 이렇게 그 장소가 현지인들의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을 발견했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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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가득 메운 구경꾼들의 움직임에 맞춰 천천히 장을 보고 나면, 두 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슬슬 피로가 몰려온다면 길거리 마사지사들에게 발을 내맡기고 한 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선데이마켓의 상품은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가방, 지갑 등도 고산족 마을에 방문해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싼 가격에 물건들을 내놓기도 한다. 발마사지도 120밧으로 매우 저렴하고, 심지어 파파야도 어떤 시장보다 제일 저렴하게 판다. 여행자를 때때로 피곤하게 하는 흥정도 굳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이번 긴 여행에서 첫 여행지이자 마지막 여행지가 되는 태국의 치앙마이, 나는 총 8번째 선데이마켓 장구경에 나서게 된다. 처음 선데이마켓에 왔을 때는 여행 초반이라 늘어날 배낭 무게에 대한 염려로 맘에 드는 물건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에 들어가기 전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었으면 했던, 바람도 이뤄진 셈이다. 이번주 일요일에는 태국의 최대 축제인 쏭크란을 함께 보내기 위해 서울에서 친구가 휴가를 온다. 친구 손을 붙잡고 선데이마켓에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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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angcho 2009.04.08 12:37 신고

    으아, 딱 내 스탈이구나.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호호호. :)

  2. addr | edit/del | reply chapi 2009.04.15 01:02 신고

    아니 이렇게 반가울...눈물이 나려 한다는...
    내가 요즘 여기를 안들어 왔는데 오늘은 들어오고 싶더라니...
    잘 있는겨?
    보고싶어 친구.
    그리고 지금 커피 마실수 있어.
    그렇게 됐다는 지금은 6월에 다시 가질 계획중.
    그리고 나 요즘 NAVER 블러그하는데...
    chapi0506입니다.
    여튼~~너무 반가워.
    너무 부럽지만 너무 부러워 하지 않으리...나도 언젠가 그대처럼 떠날것이니..
    그날을 기다림서 오늘도 난 솥뚜겅 운전에 온 힘들...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04.16 13:53 신고

      아, 친구!
      나도 보고싶어. 당신이 내려주는 커피 한잔 마시고 싶네.
      애들 손잡고 여행할 친구 모습 그려진다, 화이팅!

  3. addr | edit/del | reply 지나가다 2009.11.15 04:21 신고

    저도 썬데이마켓 너무 좋아하는데......
    여기 갈때마다 이곳을 그대로 한국에 옮겨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어요.
    위에 소수민족 옷 입고 춤추는 여자아이...
    갑자기 3개월후 치앙마이로 돌아온 친구의 말이 생각나요.
    음....3개월 전보다 춤 솜씨가 향상되었군.....^ ^;;;;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11.15 16:11 신고

      사실, 춤추는 저 아이는 너무 예쁜데, 표정을 보면 너무나 안쓰럽곤 합니다. 아이가 원하고 즐길 수 있을때 춤을 추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볼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답니다. 그래도 치앙마이 썬데이마켓은 환상적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