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4 / hampi

속이 좀 안 좋다. 어제 처음 먹어 본 hummus with pita 이스라엘 음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이스라엘에서 시작되니까. 하하.

정말 신기한 녀석을 만났다. 그 이름은 이따이. 일본어로 아프다는 뜻인데 이름처럼 기이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한국에 데려다 놓으면 이방인, 정신 쇠약자 취급당하기 딱 좋게 생겼다.

내가 코리안임을 확인한 뒤 여전히 남과 북이 싸우고 있는지를 물어왔다. 왜 분단됐냐는 질문에 당시 국제 정세와 관련이 있다고 하자, 왜 미국과 소련의 세계질서 때문에 한국이 서로 싸워야 하냐며, 전쟁이 싫다고 하더니 자신의 군대에 대한 트라우마를 한참동안 토로했다. 비밀을 나누는 듯한 작고 조심스런 목소리였다. 

필립이 람(lamb)에 집착하며 얼마나 부드럽고 맛있는지 설명하려 들자, 육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곧이어 동물을 죽여 봤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순간 분위기는 아찔했다.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하느냐에 따라 한쪽이 잔인해 보이거나 다른 한쪽이 몹시 병약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필립은 처음에 닭을 잡아봤다고 하더니, 곧이어 아빠가 사냥을 무척 즐겨서 토끼를 많이 잡아봤다고 했다.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는 가운데 이따이는 기겁하며 공포에 질린 표정과 혐오의 감정을 역력히 드러냈다.

어제는 필립과 토비, 도프를 보내고 혼자 만주 집에서 샨티샨티 놀이를 했다. 토비가 건네 준 노르웨이 숲을 끼고 몹시 행복해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상실된 것에 대해 계속 생각중이니까. 밤에 이따이와 옥상에 누워 하늘 위에 별들을 바라보며 나는 울었다.

“응 나는 믿어. 창조자, 구원자를. 그러나 더 많이 알고 싶어. 신, 진리에 대해”
이스라엘 이야기에서 시작한 대화 도중,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더 이상 노력으로 만나고 싶지 않다고 이별을 통보하던 나에게 “네가 말하던 신과의 관계 꼭 회복하길 바란다”던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생각났다.

내가 가진 전부, 그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 생각을 하면 나는 완전히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왜 헤어졌냐고. 바람나서. 그것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았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농락하기 싫어서.

언제나 약한 것을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역설적이게도 약한 것은 나를 이완시키는 힘이 있다. space. 아마 강하면서 나에게 space를 만들어준 사람은 그 사람이 유일할지 모르겠다. 아니 약하고 강한게 다 무엇인가. 단지 내가 심약할 뿐이다.

별똥을 보았다.
북두칠성을 관통하는 길고 강렬했던 별똥이었다.
이후로도 세개의 별똥을 더 보았다. 
함피에서의 하루하루는 너무도 생생해서, 잊혀진 유년의 기억까지 살아날 것만 같다.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4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갈매나무 2009.05.13 00:50 신고

    함피에 가고 싶었는데...ㅠㅜ 다음 여행 때 꼭 가보려고해요.
    혹시... 지금도 어딘가 여행중이신가요?
    (물론 '삶은 여행'이라는 노래도 있긴 하지만요...^^;)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05.17 19:34 신고

      여행에서 막 돌아왔답니다.
      아직도 의식은 여행지의 어딘가에 정착해 있는 듯해서 탈이지요 :)

      함피는 저에게 최고의 안식처랍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marihuana 2009.05.23 08:37 신고

    함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