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누만 템플에 올라 선셋을 보는 것만큼 황홀한 순간은 없다. 돌산 위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체리나무처럼 마른 가지에 노오란 꽃들을 피워낸다. 바위 위에 송이채 떨어진 꽃 하나를 머리에 꽂았더니 달콤함 냄새가 난다. 어찌보면 함피는 하늘을 향해 도전하다 언어가 갈라져 중단돼 버린 바벨탑의 잔재같다. 나는 여기서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듣는다.



아침 산책길에 모란을 만났다. 모란은 이스라엘 스톡옥션 일을 하는 친구다. 나이는 29. 나와 같은 나이의 친구를 만났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만난 다소 정상적인(?) 인간이지만 나쁘지 않다. 모란은 엄마가 좋아해 뒤뜰에 심어놓은 꽃이다. 모란에게 이름 뜻을 물었다. name of flower란다. 또 한번 일치했다.

 

모란은 나와 이따이에게 별을 보여줬다. 별을 보기 위해 집에서 100m 정도를 걸어 나와 빛이 없는 바위 위에 누웠다. 제일 먼저 반짝이는 쥬피터를 짚은 뒤. 그 옆에 오리온 별자리를 가리킨다. 어깨는 넓고 머리는 작고, 허리엔 칼을 찬 노브레인 장교 같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어떻게 별자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냐니까, “별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 란다. 멋지다.
 

이따이가 말없이 게스트 하우스를 떠났다. 순간 이따이 없는 함피는 매우 힘들게 느껴졌다. 우연히 만난 한 한국친구는 나보고 이 멀고 어두운 곳에 어떻게 있냐고 할 정도로 나는 함피의 깊숙한 곳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이따이가 있으면 어둠과 자연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는데...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와서는 반딧불이를 보여주러 논으로 데리고 가고, 밥딜런의 A Hard Rain’s Gonna Fall을 들려주던 이따이가 그립다.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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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marihuana 2009.05.23 08:36 신고

    함피, 세번의 인도행에도 가보지 못한 곳이에요.
    많이 이들이 그래요. 바라나시보다, 고아보다, 아그라보다, 푸쉬카르보다..
    그 어떤 곳보다 함피는 최고라고. 가본 이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다음 인도행에서는 꼭 가볼거에요! 꼭! 꼭!

  2. addr | edit/del | reply 샨티퀸 2009.05.27 23:13 신고

    marihuana님, 너무 가슴 아픈 나날입니다.
    함피가 더욱 그리운 날입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함피 민병규 2009.05.31 03:28 신고

    함피에서 머물던 그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
    감탄의 경관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선 계속 안타까운 소식만 들려오는군요.
    대한문앞 분향소 짓밟는 모습에 정말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