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했다.

2009.08.28 00:17 from 마음을 쓰다



청소를 했다.
거실을 쓸고, 주방을 쓸고, 큰방을 쓸고, 엄마방을 쓸고, 작은방은 그냥 문을 꼭 닫아두었다. 걸레질을 했다. 세 번씩 했다. 태어나서부터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의 집, 청소하는 방법도 똑같다. 식탁 밑은 언제나 청소하기가 번거롭다. 의자를 뺏다 넣었다 하여 식탁 밑을 쓸고 닦는다. 바깥 샘터에 나가서 걸레를 빨고 난 뒤 뒤뜰을 둘러보았다. 그냥 찬찬히 바라보았다. 20년도 전에 엄마와 함께 뒤뜰에 심은 나무 몇 구루가 제멋대로 자라있다. 삐뚤게 서 있는 대추나무, 터주대감 감나무, 십년 전 불에 탔던 호두나무, 얼마 전 가지치기를 한 엄나무, 정신없이 나 있는 장미넝쿨, 병든 앵두나무, 무성한 풀들... 아직은 손댈 엄두가 안나 그냥 조용히 둘러보기만 했다.

피아노를 쳤다.
결혼행진곡과 엘리제를 위하여를 쳤다.
두곡 모두 중간쯤에 볼펜으로 줄이 쫙 그어져있다.
늘 거기까지만 쳤다. 초등학교때부터 결혼식장에서 하던 아르바이트 때도 딱 거기까지만 쳤다. 언제나 들어도 익숙한 그 멜로디, 조금 변형이 이뤄지는 대목부터는 나에게도 낯설고 그래서 어렵고 귀찮아 치지 않았다. 어김없이 지금도 그 부분에서 그만두곤 한다. 오늘은 부러 줄이 그어진 뒷부분부터 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곧 완성된 엘리제를 위하여와 결혼행진곡을 칠 수 있게 될 것 같다.

오늘부터 일기를 쓰기로 했다.






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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