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2년만에 맞는 가을이다.

2007년 12월 초 인도로 떠나 건조하고 강렬한 햇볕 아래 넉달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와 습하고 무더운 여름을 나고
찬 바람이 불려고 할 즈음 다시 태국으로 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폴을 거치는 내내
옷에서 소금이 배어나올 정도의 후덥한 날씨에 밤마다 찾아오는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한국에선 겨울이 시작될 즈음 다다른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는
40도에 가까운 뜨거운 바람과 강렬한 태양이 내내 나를 쫒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특히 한국에 돌아오기 직전 4월 한달동안 보낸 치앙마이 날씨는 모든 것을 다 녹여낼 듯한 기세였다.
태국은 7,8월이 아니라 3,4월이 가장 덥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한 탓이다.
오랜 시간동안 계절감을 느낄 수 없으니 모든 순간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1년 반 동안 여름만 산 셈이다.
이쯤이면 무더위에 관한 글을 한번 써도 되겠다.
자기앞의생과 파블로네루다 평전을 다시 한번 보면 도움이 될 것도 같다.

8월을 하루 남겨두고, 밤동안 비가 내리더니
이제 나의 긴긴 여름도 끝이 났나보다.
하룻밤새 긴팔옷을 꺼내입고서야 온기를 느낀다.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엄마를 닮은 나는 가을을 탄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떠나가는 것만 같다는 엄마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막연한 쓸쓸함, 설레임, 대범함이 한꺼번에 몰려오곤 한다.
그러나 나의 그것은 오히려 생명력이 넘친다. 모든 것을 감당해낼 에너지가 있다.
그러고보니 사랑을 시작한 시기도 모두 가을이다.

이번엔 가을만 좇아 일년동안 여행을 하고픈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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