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2009.10.15 14:59 from 마음을 쓰다



정확히 두달동안의 귀향살이가 끝이 났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한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몸까지 병이나 
한약 한재를 지어들고 내려온 귀향살이

세끼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약 먹고
수영하고, 저녁에 엄마와 산책을 하고, 해가 떨어지면 잠을 잤다.

한시간이 넘게 걸어 당림미술관에 도착해
마당에 나무로 짜여진 마루바닥에 올라 쟁기자세로 요가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뒤에서 따라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몸이 굳어서 되지도 않는 동작을 누워서 다리만 들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산에 가서 밤도 줍고, 상수리도 줍고
밤도 쪄먹고, 약식도 만들고, 도토리 묵도 끓여먹고,
뒤란에서 매일 바람에 떨어진 홍시를 주워먹고
하루에 세개씩 호두를 깨먹는다.

가을엔 가만히 있는 것도 죄라며
하나님이 거져주신 것이 천지라고 말하는 엄마는
오늘도 배낭 한가득 상수리를 채워온다.

가진게 없다는 엄마는 그렇게 주워온 상수리로 묵을 쒀
동네 할머니들을 찾아 인사를 나눈다.

내가 이렇게 엄마랑 닮았구나,
엄마는 나의 분신같구나, 하고 느꼈던 날들도 없을 것이다.

하루는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길 어귀 모과나무 밑 풀섶으로 떨어진
모과를 몇개 챙겨오면서 횡재수 한 것처럼 신이나 있었는데 
아침에 엄마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길가에 떨어진 모과를 들어갈때 주워가려고
풀섶에 던져 놓았던 것이란다. 

처녀때 수영장에 다니다 뱃병이 나서 못가게 됐는데
밤마다 수영하는 꿈을 꿨다는 엄마의 이야기는 수영하는 재미에 푹빠진 지금의 내 모습과 너무나 똑같다.

그저 내가 사는 방식을 응원하시고, 나를 한없이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쩌면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엄마의 분신같은 존재니까,

이제 다음주부터 출근이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발버둥도 쳐보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여러 시도도 해보았다.
그렇게 돌고 돌아 나와 인연이 닿은 새로운 일터.

이로서 나의 밥벌이의 수단도 대략 바운더리가 정해진거 같다.
그 스트레스도 잘 이겨냈으면 좋겠고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노동의 가치도 이제 즐길 수 있음 좋겠다.

그나저나 오늘 엄마랑 동네 앞산이자 온양에서 젤 높은 설화산 정상까지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주운 상수리가 손에서 빠져나와 길 아래로 데굴데굴 통통통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
귀엽다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앞으로 몹시 그리워질 거란 생각이 들어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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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herenow 2009.10.16 10:00 신고

    글을 읽는데 마음이 뭉클해지네요.
    상수리는 도토리와 비슷한 건가요?
    새로운 시작,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시길 바래요. ^^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10.16 18:37 신고

      네, 상수리 도토리 같은 거요. 막상 구분하기는 어렵다네요 ^^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함피 민병규 2009.10.16 15:04 신고

    저도 뭉클하네요 훈훈하기도 하구요.
    어머니가 곱습니다. ^^

  3. addr | edit/del | reply 샨티퀸 2009.10.16 18:39 신고

    herenow님, 함피님!
    모두 고향의 어머니가 생각나 뭉클해지셨나봐요 ^^
    흑, 우리 잘하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