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원과 거대한 나무뿌리가 엉켜있는 따프롬의 기이한 풍경 앞에서 느낀 전율은
감동이라기보다 두려움에 가까운 것이었다.

나는 숲을 사랑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나무이다.
그런데 따프롬에서 만난 나무는 나를 금새 삼키고도 남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공룡같은 크기의 나무, 그 실재를 대면하는 일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자연에 맞서 쌓은 문명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라고 했던가, 
이제 사원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어 나무뿌리를 제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무와 사원이 한몸이 되어 유지되고 있는 따프롬은 앙코르와트를 찾은 이방인들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그 울림은 미야쟈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가 품고 있는 메시지와 비슷하다.   
걸리버여행기 3부에 나오는 떠다니는 섬, 라퓨타를 모티브로 한 천공의 성 라퓨타는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라퓨타의 이미지를 벵 멜리아라는 앙코르와트 사원의 모습를 차용하여 그렸다고 한다.

인도 아잔타나 엘로라 사원을 찾았을때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찾았을때,
살펴 본 가이드북 설명은 프랑스 병사가, 몇년도에 사냥하던 영국군이 발견했다는 식이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 도착한 무리들의 소행을 보며 그 '발견'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을지 가늠해본다.

파괴 주문으로 해체되는 라퓨타가 나무뿌리에 의해 유지되는 마지막 결론도
따프롬 사원의 지금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자연의 재생력은 경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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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샨티퀸 트랙백 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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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meru 2009.11.10 02:39 신고

    아름답네요..좀 무시무시하기도 하지만..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11.10 10:00 신고

      메루님, 혹시 힌두 신화에 나오는 세상의 중심을 말씀하시는 건지 ^^ 신들이 머문다는... 메루산!

  2. addr | edit/del | reply 함피 민병규 2009.11.10 11:32 신고

    앙코르왓 사원군에서 가장 좋아하는곳이에요.
    저도 따프롬 첨 왔을때 무서웠었어요. 뭔가 소름이 돋는듯한...
    그리고 매번 아침 일찍 아무도 없을 때 이곳에 오곤 했었어요.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11.10 11:45 신고

      한비야 언니도 매일 저녁 이곳을 찾았대요 :)
      저는 바이욘이 가장 좋았어요 ^^

  3. addr | edit/del | reply 바람처럼~ 2009.11.14 00:36 신고

    저도 앙코르유적을 구경할때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곳이었어요 ^^
    가장 열심히 본 곳은 아무래도 자전거 타고 이동한 앙코르왓 1층이었죠 ㅋ
    1층만 한 2시간동안 본거 같기도 한데 ㅋㅋㅋ

    • addr | edit/del 샨티퀸 2009.11.15 16:17 신고

      그러게요. 앙코르와트에 숨겨진 비밀을 알면 알수록 입이 떡 벌어지겠죠? ㅎㅎ